12월 첫 주,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마음도 같이 얼어붙는 기분이었어요.
연말이 다가올수록 직장에서는 마감 압박, 일상에서는 반복된 루틴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죠.
딱히 멀리 떠날 여유는 없지만, 바람과 소음이 없는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그렇게 불현듯 떠오른 여행지가 있었어요.
눈 내리는 산사에서의 1박 2일.
📍찾았다, 내 마음의 고요 – 강원도 홍천 수타사
주말 아침 8시, 서울에서 강원도 홍천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탔어요.
목적지는 ‘수타사’. 이름도 낯설고 검색해도 많이 나오지 않는 조용한 사찰이에요.
그런데 이곳은 오히려 그 ‘덜 알려짐’ 덕분에 더 매력적이에요.
홍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15분 정도 들어가면 수타사 입구에 도착해요.
아침까지 내리던 눈이 그쳐, 마치 누군가 일부러 타이밍을 맞춰준 듯했어요.
입구에 들어서자 바람은 잠잠했고, 쌓인 눈 위로 제 발자국만 찍히는 그 느낌. 그냥 그 순간이 너무 좋았어요.
사찰 자체는 크지 않지만 주변이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정말 조용해요.
나무 위에 소복히 내려앉은 눈, 절집 지붕에 흰 모자처럼 쌓인 눈을 보며 그냥 ‘와, 잘 왔다’ 싶었어요.
🧘♀️템플스테이, 나를 위한 진짜 휴식
저는 미리 수타사 템플스테이를 신청해두었어요. 요즘은 혼자 신청하는 직장인도 많고, 일정도 짧게 1박 2일이라 부담 없더라고요.
템플스테이 입소 시 받은 회색 수행복으로 갈아입고 차담 시간에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꼭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그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 분위기 자체가 참 좋았거든요.
산사 안의 공기, 스님의 말투, 나무 문 넘어 보이는 눈 쌓인 산길… 모든 게 ‘정지된 시간’ 같았어요. 스마트폰은 일부러 꺼두고, 저녁 예불에 참여한 후 묵언 산책을 했어요. 그때 본 겨울 별자리와 희뿌연 달빛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사찰음식, 위까지 따뜻해지는 식사
저녁 공양 시간에 먹은 사찰 음식도 잊을 수 없어요. 특별한 재료는 없었지만, 고슬고슬한 현미밥, 간장으로만 간한 두부조림, 직접 담근 듯한 깻잎지까지… 정말 ‘건강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평소처럼 입에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니 오히려 마음이 고요해지고, 식사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 밤, 그리고 고요함
숙소는 따뜻한 온돌방이었고, 창문을 열면 작은 마당이 보였어요. 창밖엔 눈이 조용히 또 쌓이고 있었고요. 휴대폰 대신 수련원에서 제공해준 엽서에 저 자신에게 편지를 썼어요. 일상을 살면서 쌓였던 감정, 놓치고 있던 소소한 감사들. 천천히 글로 적으며 무언가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밤 9시 반쯤,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잘 자야지’ 하고 자는 게 아니라, 진짜 ‘쉰다’는 느낌으로 스르륵 잠든 밤이었어요.
☀️다시 일상으로, 가볍고 따뜻하게
다음 날 새벽, 종소리에 맞춰 일어나 새벽예불에 잠시 참석하고 간단히 산책을 했어요. 전날보다 기온이 더 내려갔지만, 마음속 온도는 오히려 올라가 있는 기분. 버스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무언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은 듯했어요.
🌿소소한 팁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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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사 템플스테이 예약은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해요. ‘체험형(1박 2일)’ 프로그램으로 선택하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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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엔 미끄럼 방지되는 등산화나 운동화는 필수! 입구까지 눈길이 많고, 산책길도 미끄러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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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데이터 차단하고 명상하기 추천! 꼭 명상 자세가 아니어도 벤치에 앉아 눈 쌓인 풍경만 바라봐도 마음이 편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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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이 불안하다면 친구와 둘이 조용히 다녀오는 것도 좋아요. 말이 없어도 위로가 되는 그런 시간이 돼요.
마무리하며
요즘 너무 바빠서 ‘나 자신’을 챙기지 못했던 분들께, 이 겨울 산사에서의 하루를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게 아니라, 잠시 머무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일지도 몰라요.
2025년 겨울, 눈 내리는 산사에서 진짜 쉼을 경험해보세요. 꼭 필요한 순간, 그런 장소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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